에세이

“한밤중에 내리는 이슬처럼, 은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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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호준교수 댓글 0건 조회 596회 작성일 22-09-0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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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내리는 이슬처럼, 은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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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에서 인천공항까지 직행으로 14시간 26분이다. 디트로이트에서 목요일 오후 1:15분 출발이면 한국에는 금요일 오후 4:30분 도착이다. 디트로이트에서 탑승했지만 떠날 생각을 안 한다. 한 시간 정도 지났는데 엔진에 이상한 징후가 있어 하기(下機)하란다. 이런. 다시 공항 대기실에서 무작정 기다린다. 저녁 시간이 되자 저녁 먹으라고 식권(Voucher)을 이메일로 보냈다는 방송이 들린다. 열어보니 15달러 식권이다. 근데 우리 집사람은 이메일이 없어 받지 못했다. 우선 공항 내 일식에 들려 나는 15달러 식권만큼 초밥을 먹었다. 아내는 돈 내고 우동을 먹었다. 돌아와 공항 카운터에 항의성 문의했더니 내 이메일로 15달러 식권(meal voucher)을 보내왔다. 들여다보니 2024년 7월까지 유용하단다. 단 디트로이트 공항에서만. 헐. 


기다려도 비행기 이륙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밤 9시 30분에 다른 게이트에서 떠난다는 방송이다. 8시간 넘게 목 빠지게 기다렸다. 근데 문제는 한국 도착시간이 토요일 새벽 1시 28분이란다. 한밤중에 내려놓으면 나는 어쩌라고! 


미시간 그랜드래피즈에서 공부하는 딸과 같은 착한 제자(김효영 목사)에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실을 실시간으로 카톡 보고하면서, “아무래도 인천공항 한밤중에 심야 기도를 해야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속으로는 “기도 생활 제대로 하지 않으니 하나님께서 제대로 엿을 먹이시나 보네. 그래도 그렇지! 새벽 1시 30분에 내려놓으면 어떻게 하라는 거지?” 하면서. 그런데 뜬금없이 “교수님, 그 시간에 새벽기도 말고 주변을 살피세요.”라는 것이 아닌가? 뭔 소린 줄 몰라 그저 농담으로 여겼다. 그리고 비행기는 이륙했다. 끔찍한 14시간 26분을 견뎠다. 마침내 인천에 비행기가 터치다운 했다. 정확히 새벽 1시 30분이다. 입국 수속하고 짐을 찾고 공항 문을 나오는데 바람이 습하고 약간 차다. 미시간의 청명하고 화창한 날씨에 밴 몸이 움츠러든다. 새벽 기도할 생각 말고 주변을 둘러보라는 말이 떠오르는 순간 저만치 “교수님, 여기요!” 한다. 이게 새벽에 출몰하는 귀신 소리인가? 와, 저기 누구야? 우리 킹콩 대학원 이사장(김효일 강도사) 아닌가? 미국에서 공부하는 제자가 동생에게 도착시간을 알려주면서 공항에 나가 영접하라고 협박(?)한 게 통했나 보다. “할렐루야!”는 이럴 때 사용하는 용어다. ㅎㅎ


감격스러웠고, 몸 둘 바를 몰랐고, 그저 고마웠다. 덕분에 산다는 말이 이런 것이구나 생각했다. 덩치가 큰 효일이에 매달리듯 포옹했다. 새벽 2시에도 은혜가 막 쏟아졌다. 맞아, 은혜는 시도 때도 가리지 않는 이상한 것이지. 축축한 도로를 보니 비가 내렸나 보다. 시원한 가을을 내가 가지고 왔나? 한 시간 정도 달려 우리가 사는 아파트에 도착했다. 새벽 3시 반이다. 짐을 내리고 고맙다는 말과 잘 가라고 하려는데, 효일이가 운전석 옆자리에서 뭔가를 꺼낸다. 커다란 비닐봉지다. “뭐야?” “아, 예, 집에 아무것도 없을 텐데, 아침에 드시라고.” 숙맥인 나는 그냥 덥석 받았다. “잘 가, 미안해, 고맙고.” 집에 들어와 비닐봉지를 열었다. 900ml 들이 서울우유 한 팩, 콘플레이크 시리얼, 싱싱한 토마토 한 팩과 상큼한 사과 한 팩, 시원한 오렌지 주스 한 통이 사랑만큼 묵직하게 들어 있었다. 한밤중에 하늘 은혜를 사랑하는 제자 오누이를 통해 흠뻑 받았다. 일상은 절대로 시시하지 않다!


#시차_극복을_위해_킹콩_카페로?

#킹콩_드립_카페(과천)

#사랑은_비를_타고(Singin' in the Rain)

#시시한_일상이_우리를_구한다.


미시간 그랜드래피즈 공항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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