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동네 의원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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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호준교수 댓글 0건 조회 625회 작성일 22-09-2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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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스페인마을 카페 


"동네 의원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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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오른쪽 옆구리가 심하게 아파 응급실 신세를 졌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신장결석이었다(시시한 일상이 우리를 구한다, 189~199쪽). 얼마 전에는 왼쪽 옆구리에 꾹꾹 쑤시는 통증이 생겨 걱정이 생겼다. 이번에도 신장결석인가 해서 말이다. 왜 신장의 돌(石)은 자기 마음대로 출석했다 결석하는 거야라며 투덜거리고 동네 의원을 찾았다. 문제는 어느 의원으로 가야 하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외국에선 가정의학과가 주치의 역할을 하는데, 한국에선 모두 전문의만 찾느라 가정의학과 의사를 천대한다고 한다. 어디가 아프면 먼저 가정의학과를 방문하여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려주는데 그렇지 못하여 환자들이 구글이나 네이버를 찾아 자가 진단하고 알아서 동네 의원을 찾아간다. 알다시피 한국에선 동네 의원 의사들도 다 전문의들이다! 


나도 대충 찍어서 가까운 정형외과를 찾았다. 젊은 의사들 몇몇이 의기투합하여 시설 투자도 그럴듯하게 잘해 놓았다. X-레이를 찍으라 한다. 시키니 찍소리 없이 찍었다. 사진을 보며 별것 아닌 듯하다고 한다. 아니, 이 사람이 나는 지금 옆구리가 아픈데 아무것도 아니라니? 몇 마디 더 물었다. “아버님, 그럼 비뇨기과에 가 보세요.” 한다. “근처 어디에 있나요?” “예, 길 건너에 있습니다.” 부리나케 비뇨기과를 찾았다. 내 설명을 듣더니 다시 X-레이를 찍으라 한다. “또?” 그래도 두말없이 찍었다. 찍고 나니 초음파 검사를 하자고 한다. 두말없이 침대에 누워 초음파 검사를 했다. 소변 검사를 하자고 한다. 했다. 얼마 후 의사가 하는 말, “별 이상 없네요.” 맥이 탁 풀렸다. 지금 옆구리가 뜨끔뜨끔 아픈데 별 이상 없다고? 몇 마디 더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선생님, 대학병원에 가서 CT 촬영을 해보세요.” 그냥 집에 돌아오는데 옆구리 통증이 왔다리갔다리를 반복한다. 그날 밤은 별일 없이 잠을 잘 잤다. 아무래도 담이 든 것 같았다. 의자에 삐딱하니 오래 앉아서 생긴 것 같았다. 자세 불량으로 인한 담 증상. 이것이 내가 내린 진단이었다. 내 진단이 맞았다. 하루 이틀 지나니 싹 가셨다. 내가 젊은 의사들보다 훨씬 나은 거 아닌가! ㅎㅎㅎ 


이런 일을 겪은 후 전문 직종 의사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최신 학문을 하고 각종 이론에 밝으나 인생 경험과 임상 경험이 부족한 젊은 의사가 있다. 반면에 정규적으로 연수회는 다녀오지만 최근 이론에는 별로 밝지는 않은 나이 든 의사도 있다. 웬만하면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해서 알려준다. 하지만 그에겐 오랜 임상 경험이 있다. 어느 의사에게 가야 할까? 물론 양수(兩手)를 겸비한 의사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리 많지 않은 것도 현실인 듯하다. 


만일 여러분이 어딘가 아파, 하나를 골라야만 한다면 어찌해야 할까? 생각하면 할수록 두려움이 생긴다. 근데 목사의 경우는 어떤가?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의사든 목사든 그 분야에 전문가들이 아닌가? (한국의 법조인에 대해서는 입이 아프니 건너뛴다!). 전문인들에겐 냉철한 지적 판단과 따스한 인성적 돌봄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이상은 목사를 떠올리며 든 동네 의원 유감이다.


피드백: "목사는 자기가 전능한 줄로 생각하고 다른 교회 추천 절대 안 하는게 의사와 좀 다른 점 같아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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